구피를 오래 키우다 보면 “먹이는 잘 주는데 수질이 자꾸 나빠진다”는 고민이 반드시 생깁니다. 그 중심에는 대부분 먹이 잔여물이 있어요. 잔여물은 단순히 보기 싫은 찌꺼기가 아니라, 암모니아·아질산 상승과 세균 번식을 부르는 출발점입니다. 특히 소형 수조, 치어가 많은 수조, 여과가 약한 수조에서는 잔여물이 하루만 쌓여도 탁수·냄새·산소 부족·구피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남은 먹이를 어떻게, 언제, 어느 정도까지” 처리해야 하는지 초보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게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핵심 원칙: “빠르게 제거” + “남지 않게 급여”를 동시에
먹이 잔여물 처리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효과가 큽니다. 첫째, 이미 남아버린 찌꺼기를 빠르게 제거한다. 둘째, 앞으로 남지 않도록 급여 습관을 교정한다. 둘 중 하나만 하면 문제는 반복됩니다. 오늘부터는 급여 → 관찰 → 제거 → 기록의 짧은 루틴으로 수질을 안정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봅시다.
왜 잔여물이 위험한가
구피는 소화가 빠른 편이지만, 먹이는 물속에서 금방 불어나고 부서집니다. 특히 플레이크·분말 사료·냉동 먹이는 풀리면서 미세 입자가 바닥으로 내려가요. 이 입자들이 바닥재 틈이나 수초 뿌리 사이에 끼면, 겉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내부에서 부패가 진행됩니다. 부패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나오고, 여과 박테리아가 감당하기 어려우면 아질산이 치솟습니다.
그 결과 구피는 숨을 헐떡이거나, 수면 근처에 몰리거나, 지느러미를 접고 구석에 붙어 있기도 합니다. 잔여물은 수질 수치만 흔드는 게 아니라, 병원성 세균과 곰팡이가 붙어 번식하기 좋은 먹이가 되기도 해서 꼬리지느러미 부식, 백점, 수생 곰팡이성 질환의 리스크를 높입니다.
처리 타이밍: “10분 규칙”과 예외
기본 규칙은 간단합니다. 성어 기준으로 먹이를 준 뒤 3~5분 안에 대부분 먹어치우고, 10분이 지나도 남아있다면 남은 만큼은 제거 대상입니다. 이것을 “10분 규칙”이라고 부르면 이해가 쉬워요.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 치어 수조: 치어는 한 번에 많이 먹지 못하므로, 아주 소량을 자주 주되 5분 내 잔여물 확인을 더 엄격하게 합니다.
- 냉동 먹이: 풀리면서 미세 입자가 많아 잔여물이 눈에 잘 안 보입니다. 급여 후 바닥에 먼지처럼 내려앉는지 확인하세요.
- 바닥생활 동거 생물(새우/달팽이): “얘들이 먹을 거야”라고 방치하면 과식+부패가 동시에 옵니다. 보조 청소부일 뿐, 처리를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1단계: 급여 직후 30초 관찰 체크리스트
먹이 잔여물 처리는 관찰에서 시작합니다. 먹이를 주고 난 뒤 다음 세 가지를 30초만 확인해보세요.
- 물 위에 떠다니는 조각이 남아 있는가?
- 중층에 미세 입자가 “눈처럼” 떠다니는가?
- 바닥에 먹이 가루가 내려앉는가?
이 체크만 해도 “지금 제거가 필요한 수준인지” 판단이 빨라집니다. 특히 바닥이 어두운 수조는 잔여물이 잘 안 보이니, 손전등을 비스듬히 비춰 입자 부유를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2단계: 가장 안전한 즉시 제거 방법 3가지
여기서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어요. 잔여물을 제거하려고 바닥재를 과하게 뒤집으면 오히려 분진과 유기물이 폭발적으로 떠올라 수조가 더 더러워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표면만, 필요한 만큼입니다.
방법 A. 얇은 사이폰으로 표면 스팟 청소
가장 정석입니다. 작은 직경의 얇은 사이폰(혹은 에어호스+연결 어댑터)을 사용하면 바닥재를 빨아들이지 않고도 먹이 찌꺼기만 흡입할 수 있어요.
- 사이폰 끝을 바닥재에 붙이지 말고 1~2cm 위에서 떠 있게 유지합니다.
- 한 지점에서 오래 머물지 말고, 잔여물이 있는 부분만 짧게 찍어가듯 이동합니다.
- 물을 너무 많이 빼지 않도록 1회 1~3리터 수준의 미니 환수와 결합하면 부담이 적습니다.
방법 B. 칠면조 바스터/스포이트로 국소 흡입
잔여물이 한두 군데만 있을 때는 스포이트가 정말 편합니다. 치어 수조에서 특히 유용하고, 물을 거의 빼지 않고도 “찌꺼기만” 빨아낼 수 있습니다.
- 흡입한 물은 작은 컵에 받아 잠시 두었다가 상등수만 다시 수조에 넣고 찌꺼기만 폐기하면 수량 변화가 최소화됩니다.
- 사용한 스포이트는 반드시 수조 전용으로 관리하고, 세제는 쓰지 말고 미지근한 물로 헹구는 정도로만 관리합니다.
방법 C. 뜬 찌꺼기는 뜰채가 아니라 “표면 흡입”
플레이크 조각이 떠 있을 때 뜰채로 건지면 부서져 더 작은 조각이 됩니다. 대신 작은 컵으로 표면 물만 살짝 떠내거나, 표면 스키머 기능이 있는 여과기를 활용하세요. 여과기 흡입구 주변에 잔여물이 모이면 그때만 짧게 흡입해도 충분합니다.
3단계: “남은 먹이를 남기지 않는” 급여 교정 7가지
제거를 열심히 해도 급여 습관이 그대로면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아래 7가지를 적용하면 잔여물 자체가 확 줄어듭니다.
1) 1회 급여량을 절반으로 시작하고, 모자라 보이면 다음 급여로 나누기
구피는 배가 작고, 먹이를 먹는 속도도 개체마다 달라요. 처음부터 충분히 주려 하면 반드시 남습니다. “적게 주고, 반응을 보고, 필요하면 한 번 더”가 잔여물 제로에 가까운 방식입니다.
2) 플레이크는 잘게 부숴서 두 번에 나눠 투입
큰 조각은 먹기 전에 물먹어 가라앉고, 바닥에서 부패하기 쉽습니다. 손가락 끝으로 잘게 부순 뒤 한 번에 털지 말고 2회로 나눠 주면 남는 양이 눈에 띄게 줄어요.
3) 냉동 먹이는 해동+헹굼 후 급여
냉동 먹이 국물(해동수)은 탁수와 유기물 부하를 크게 올립니다. 미세망에 받쳐 흐르는 물로 가볍게 헹군 뒤, 아주 소량만 투입하세요. 이 한 가지 습관만으로 탁수가 줄어드는 수조가 많습니다.
4) 급여 위치를 한 곳으로 고정
수조 곳곳에 흩뿌리면 남은 잔여물을 찾기 어렵고, 바닥재 틈으로 더 빨리 숨어버립니다. 한 지점에서 먹게 하면 남은 양도 바로 확인됩니다.
5) “먹이 스위치”를 만들기
손이 가면 주게 됩니다. 하루 급여 횟수와 요일별 먹이 종류를 미리 정해두면 과급여가 줄어요. 예를 들면 평일은 소량 건사료, 주 2회만 냉동 먹이처럼 단순한 규칙이면 충분합니다.
6) 여과기 유속과 수면 파동을 조정
유속이 너무 약하면 잔여물이 바닥에 고이기 쉽고, 너무 강하면 먹이가 여기저기 흩어져 사각지대가 늘어납니다. 먹이를 주는 5분 동안만 유속을 살짝 낮추고, 먹고 난 뒤 다시 정상으로 올리는 방식이 깔끔합니다.
7) 주 1회는 금식 또는 최소 급여로 리셋
건강한 성어 구피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 금식해도 문제가 없고(특수 상황 제외), 오히려 장 상태가 안정되면서 배설물·잔여물 부담이 줄어듭니다.
4단계: 바닥재·수초항에서 잔여물이 쌓일 때의 대응
수초가 많거나 소일/자갈을 쓰는 수조는 잔여물이 “틈”으로 빨려 들어가기 쉬워서 관리 방식이 조금 달라야 합니다.
- 소일/모래: 깊게 파지 말고 표면만 살짝 떠서 흡입합니다. 바닥재가 말려 올라오면 즉시 높이를 올려 흡입 강도를 줄이세요.
- 자갈: 자갈은 틈이 커서 잔여물이 아래로 떨어집니다. 한 달에 1~2회 정도는 깊이 2~3cm만 가볍게 흔들며 사이폰으로 큰 찌꺼기를 빼주세요. 너무 자주 깊게 청소하면 바닥 박테리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 수초 뿌리 주변: 뿌리 주변은 잔여물이 쌓여도 뽑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스포이트로 뿌리 주변만 국소 흡입하는 스팟 청소가 가장 안전합니다.
- 유목/돌 장식 뒤: 사각지대는 잔여물이 모이는 포인트입니다. 여과기 출수 방향을 살짝 바꿔 물길을 만들어주면 잔여물이 한 곳에 모여 제거가 쉬워집니다.
5단계: 잔여물이 탁수·냄새로 이어졌을 때 “응급 루틴”
남은 먹이가 하루 이틀 누적되면 물이 뿌옇고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과감하지만 순서가 중요합니다.
- 즉시 남은 먹이 중 눈에 보이는 덩어리를 제거합니다(스포이트/사이폰).
- 20~30% 환수를 1회 실시합니다. 수온 차이는 1~2도 이내로 맞추고, 염소제거제를 사용합니다.
- 여과기 프리필터(스펀지/거름망)를 수조 물에서 가볍게 헹궈 흐름을 회복합니다. 수돗물로 세게 빨면 박테리아가 크게 줄 수 있습니다.
- 24시간 내에 다시 10~20% 추가 환수를 합니다. 한 번에 70% 같은 큰 환수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어요.
- 다음 24시간은 급여를 줄이거나 금식합니다. “물 좋아지라고 더 좋은 먹이를 주는” 행동이 가장 위험합니다.
6단계: 장비 세팅으로 잔여물 “재발”을 줄이는 방법
- 프리필터 스펀지: 흡입구에 스펀지를 달면 먹이 조각이 여과기로 빨려 들어가 막히는 걸 줄이고, 큰 찌꺼기를 먼저 잡아줍니다. 단, 주 1회 정도 수조 물에 헹궈 막힘을 방지해야 합니다.
- 여과솜(필터 플로스): 탁수가 올라올 때 단기간에 효과가 큽니다. 다만 여과솜이 포화되면 오히려 오염원이 되니, 2~3일 단위로 교체하는 게 안전합니다.
- 바닥 청소 루틴: 매일 전체를 청소할 필요는 없습니다. “급여 구역 주변”만 2~3분 스팟 청소를 주 2~3회, 전체 환수일에만 가볍게 확장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입니다.
- 사료 보관: 눅눅해진 사료는 물에 들어가면 더 빨리 분해되어 잔여물이 늘어납니다. 뚜껑을 꼭 닫고, 직사광선을 피하고, 개봉 후 오래된 사료는 과감히 교체하세요.
자주 하는 실수 TOP 5
- 남은 먹이를 “다음 급여까지” 방치한다.
- 뜰채로 떠 있는 조각을 건져 더 잘게 부순다.
- 바닥재를 과하게 뒤집어 유기물을 한 번에 터뜨린다.
- 여과기를 수돗물로 깨끗하게 빨아 박테리아를 크게 줄인다.
- 청소했으니 보상이라며 먹이를 더 준다.
실전 체크: 주간 관리표(초보용)
- 월/수/금: 급여 구역 주변 스포이트 스팟 청소 2분, 잔여물 있으면 즉시 제거
- 화/목: 급여량 10% 감량 테스트(남는지 확인)
- 토: 20~30% 정기 환수 + 바닥 표면 사이폰 5분
- 일: 금식 또는 최소 급여, 여과기 프리필터 스펀지 수조 물에 가볍게 헹굼
상황별 빠른 처방 Q&A
Q1. 먹이를 주면 바로 바닥으로 가라앉아요.
A. 사료 입자가 너무 크거나, 유속이 약하거나, 이미 눅눅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플레이크를 더 잘게 부수고, 급여 위치의 유속을 5분만 낮춘 뒤 먹고 나서 다시 올려보세요. 건사료는 뚜껑을 닫아 보관하고, 오래된 사료는 교체하는 게 확실합니다.
Q2. 치어가 많아서 자주 주다 보니 잔여물이 생겨요.
A. “자주”는 유지하되 “한 번 양”을 더 줄여야 합니다. 치어용 분말은 물에 퍼지기 쉬우니, 손가락 끝에 아주 소량만 묻혀 물 표면에 살짝 털어주고 3~5분 뒤 바닥을 손전등으로 확인하세요. 남는 날이 반복되면 분말 대신 아주 작은 마이크로 펠릿으로 일부 전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Q3. 바닥재 틈에 들어간 잔여물은 어떻게 해요?
A. 한 번에 다 빼겠다고 깊게 뒤집지 말고, 환수일마다 “부분 구역”을 정해 2~3cm만 가볍게 흔들며 사이폰으로 빼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수초 뿌리 주변은 스포이트로 국소 흡입이 가장 안정적입니다.
마무리: 내 수조에 맞는 “기준”을 기록으로 만들기
사실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수조 크기, 여과력, 개체 수, 바닥재 종류에 따라 “남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준을 기록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오늘부터 일주일만 간단히 메모해보세요.
- 급여 종류와 양(대략)
- 10분 후 잔여물 유무
- 다음 날 탁수/냄새/구피 행동
이 기록이 쌓이면 “내 수조는 이만큼 주면 남는다”가 보이고, 잔여물 처리는 노동이 아니라 자동화된 루틴이 됩니다. 구피는 깨끗한 물에서 훨씬 선명한 발색과 활발한 활동성을 보여줍니다. 남은 먹이만 제대로 관리해도 질병 예방과 수질 안정이 동시에 따라와요. 오늘부터는 많이 주는 대신, 남기지 않게 주고 바로 정리하는 방향으로 수조를 바꿔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