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구피가 임신하면 배가 커지는 것은 누구나 알아차린다. 문제는 “언제 낳느냐”다. 너무 일찍 격리하면 스트레스로 출산이 지연되고, 너무 늦으면 치어가 성어에게 잡아먹히거나 여과기에 빨려 들어간다. 그래서 출산 신호는 한 가지로 단정하지 않고, 몸의 변화와 행동 변화, 수조 환경을 함께 묶어 판단해야 한다. 이 글은 초보자도 따라 하기 쉽도록 임신 후반부터 출산 직전까지 나타나는 징후를 단계별로 정리하고, 격리 타이밍과 출산 직후 관리까지 한 번에 끝낼 수 있게 구성했다.
1) 출산 신호를 읽기 전에 꼭 알아둘 기본
구피는 난태생으로 알을 낳지 않고 치어를 바로 낳는다. 임신 기간은 수온, 먹이, 스트레스, 개체 컨디션에 따라 흔들린다. 그래서 날짜만 세면 오판하기 쉽다. 같은 암컷이라도 수온이 낮아지거나 수컷에게 계속 쫓기면 출산이 며칠씩 늦어질 수 있다. 반대로 수온이 안정적이고 먹이가 충분하면 예상보다 빨라지는 경우도 있다. 결론은 간단하다. “기간”은 참고만 하고, 아래 신호들을 조합해 임박도를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2) 배 모양으로 보는 단계: 둥근 배 → 각진 배
임신 초중반의 배는 커져도 전체가 둥글게 부풀어 오른다. 옆에서 보면 배 아래쪽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고, 정면에서도 폭이 크게 각지지 않는다. 임신 후반으로 들어가면 배가 단순히 커지는 것이 아니라 ‘모양’이 달라진다. 특히 항문 쪽 방향으로 하복부가 내려오고, 옆선이 두꺼워지면서 배가 네모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흔히 말하는 “사각 배”가 잡히기 시작하면 출산 준비 단계로 넘어온 것이다.
사각 배를 볼 때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야가 가장 정확하다. 등은 그대로인데 배만 좌우로 넓어져 직사각형처럼 보이거나, 하복부가 평평하게 느껴지면 임박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암컷의 체형이 원래 통통한지, 먹이를 과하게 먹어 일시적으로 불룩한지 구분해야 한다. 과식으로 배가 나온 경우는 하루 이틀 내에 다시 들어가지만, 임신 후반의 배는 쉽게 줄지 않고 ‘각’이 점점 또렷해진다.
3) 그라비드 스팟(임신반점) 변화: 진해짐, 경계 선명, 점상 패턴
암컷 구피의 항문 근처에는 그라비드 스팟이 보인다. 임신이 진행될수록 이 부분이 어두워지고 넓어지는 경우가 많다. 막바지에는 반점이 더 짙어지며 경계가 선명해지고, 빛 각도에 따라 작은 점들이 보이기도 한다. 다만 품종에 따라 체색이 어두우면 반점이 잘 안 보이거나, 무늬 때문에 원래 어두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임신반점만 보고 “오늘 낳는다”라고 단정하지 말고, 배 모양과 행동 신호까지 같이 확인해야 한다.
관찰 팁은 간단하다. 강한 조명으로 쨍하게 비추기보다, 자연광이나 부드러운 실내광에서 옆면을 잠깐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빛과 반복 관찰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올린다.
4) 행동 신호 3종 세트: 숨기, 분리, 제자리 버팀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행동 변화가 뚜렷해진다. 첫째는 ‘숨기’다. 수초 숲, 유목 뒤, 여과기나 히터 뒤처럼 시야가 가려지는 곳에 오래 머문다. 둘째는 ‘분리’다. 군영에서 떨어져 혼자 있는 시간이 늘고, 수컷의 추격을 피하려고 코너에 붙어 버티는 모습이 많아진다. 셋째는 ‘제자리 버팀’이다. 꼬리를 조금만 흔들며 같은 자리에서 오래 머무르거나, 바닥 근처에서 비스듬히 정지해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 3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고, 배가 사각으로 잡혀 있다면 보통 24~72시간 안에 출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체차는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이 조합이 가장 실전적인 기준이 된다. 반대로 한두 가지 신호만 보일 때는 아직 멀었을 수도 있다.
5) 출산 ‘직전’에 가까운 징후: 호흡, 자세, 반복 동작
정말 임박하면 암컷의 자세가 달라진다. 배가 무거워져 몸이 살짝 아래로 기울고, 꼬리 쪽으로 힘을 주는 듯한 자세가 보일 수 있다. 어떤 개체는 물살이 약한 곳을 찾아 숨을 고르듯 머무르고, 어떤 개체는 산소가 많은 수면 근처로 올라오기도 한다. 또한 짧게 떨거나, 순간적으로 몸을 “꺾는” 동작을 반복하기도 한다. 다만 이 단계에서 사람 손이 들어가거나, 급격히 조명이 바뀌거나, 포획을 시도하면 출산이 지연될 수 있다. 관찰은 짧게 하고,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6) 출산이 늦어지는 흔한 이유: 수온, 스트레스, 체력
배가 사각인데도 며칠째 안 낳는다면 가장 먼저 수온을 확인한다. 대체로 24~26도에서는 컨디션이 안정적이지만, 22~23도 수준으로 내려가면 진행 속도가 느려져 지연될 수 있다. 다음은 스트레스다. 수컷의 과도한 추격, 강한 물살, 잦은 포획 시도, 산실망에 오래 가두기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은 체력과 영양이다. 임신 후반에 먹이를 너무 부족하게 주면 힘이 떨어져 출산이 지연되거나 치어 수가 줄 수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숨이 매우 가쁘고, 지느러미를 접은 채 바닥에 누워 있거나, 비늘이 서는 증상이 보이면 출산 신호가 아니라 수질 문제나 질병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격리”가 해결책이 아닐 수 있으니, 먼저 수질 점검과 산소 공급을 우선으로 한다.
7) 격리 타이밍: 너무 일찍도, 너무 늦게도 위험
가장 안전한 기준은 ‘사각 배 + 숨기/분리 + 제자리 버팀’이 겹칠 때다. 이 조합이 잡히면 준비해 둔 출산 수조로 조용히 옮기거나, 메인 수조에서 치어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선택을 한다. 반대로 배만 커졌는데 행동이 평소와 같다면, 너무 일찍 격리하지 말고 은신처를 늘려주며 관찰을 이어가는 편이 낫다.
격리 방법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별도 출산 수조(10~20리터)에 스펀지 여과기와 히터를 세팅하는 방법이다. 스트레스가 적고 관리가 쉽다. 둘째, 메인 수조 안에서 산실망을 쓰는 방법이다. 편하지만 공간이 좁아 스트레스가 커서 ‘직전 1~2일’만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셋째, 메인 수조에 부상수초와 촘촘한 은신처를 충분히 제공하고, 출산 후 치어만 빠르게 건지는 방식이다. 수초가 아주 풍부한 수조라면 이 방법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실패가 적다.
8) 출산 전날 준비 체크리스트: 수질 변동을 최소화
- 출산 수조를 사용할 경우, 메인 수조 물을 일부 옮겨 환경 차이를 줄인다.
- 에어는 충분히 주되, 거친 기포로 놀라지 않게 부드럽게 조절한다.
- 조명은 갑자기 켜고 끄지 말고, 은은하게 유지한다.
- 부상수초 뿌리, 자바모스 같은 촘촘한 은신처를 확보한다.
- 여과기 흡입구에는 프리필터 스펀지를 씌워 치어 흡입을 막는다.
- 큰 물갈이는 피하고, 필요하면 소량만 천천히 한다.
- 먹이는 과식하지 않게 소량으로 유지해 탁도 상승을 막는다.
9) 출산 당일과 직후 24시간: 치어 생존률을 올리는 핵심 루틴
출산은 새벽이나 점등 전후에 많이 일어난다. 치어가 나오기 시작하면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이어질 수 있고, 중간에 쉬는 구간도 있다. 이때 손을 넣어 급하게 건지거나, 암컷을 다시 옮기면 스트레스로 상황이 꼬일 수 있다. 출산이 끝난 뒤에 조용히 어미를 분리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다.
치어는 태어나자마자 수초 뿌리나 수면 근처로 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상수초가 있으면 생존율이 크게 오른다. 첫 급여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수질이 안정된 뒤 미세 먹이를 아주 소량부터 시작한다. 남는 먹이는 바로 제거해 탁도를 관리한다.
10) 초보자 실수 TOP 7: 이걸 피하면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 배만 보고 너무 일찍 산실망에 넣어 스트레스를 누적시키기
- 산실망을 며칠씩 방치해 암컷을 지치게 만들기
- 출산 직전에 대청소 수준의 물갈이로 수질을 흔들기
- 새 출산 수조를 급조해 수온과 수질 차이를 크게 만들기
- 여과기 흡입구 보호 없이 치어를 메인 수조에 방치하기
- 치어 먹이를 과다 급여해 첫 주에 수질을 무너뜨리기
- 이상 징후를 출산 신호로 착각해 질병 대응을 놓치기
보너스 팁: 5분 관찰 루틴과 기록 방법
출산 신호를 놓치는 가장 큰 이유는 관찰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길게 보는 것보다, 같은 시간에 짧게 두 번 보는 편이 훨씬 정확하다. 추천 루틴은 ‘점등 직후 2분 + 소등 직전 3분’이다. 점등 직후에는 밤새 쉬던 개체가 움직이며 숨은 위치가 드러나고, 소등 직전에는 스트레스가 줄어 자연스러운 은신 행동이 더 잘 보인다. 이때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배 모양이 둥근지 각이 잡혔는지, 둘째 은신이 늘었는지, 셋째 제자리 버팀이 생겼는지다. 체크가 2개 이상이면 내일은 격리 준비를, 3개가 모두 맞으면 오늘은 조용히 출산 환경을 완성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록은 거창할 필요 없다. 휴대폰 메모에 날짜를 적고 ‘배각/은신/버팀/반점’ 네 단어만 써서 OX로 남겨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2/26 배각O 은신O 버팀X 반점O’처럼 적어두면 다음 날 변화가 눈에 보인다. 사진을 찍을 때는 정면 플래시를 피하고, 옆면을 1장만 빠르게 찍는다. 촬영을 길게 하면 암컷이 더 숨고, 그 행동을 출산 신호로 착각할 수 있다.
마지막 점검: “지금 당장 하지 말아야 할 것”
출산이 임박했을수록 초보자는 불안해서 더 많이 손댄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작은 변화도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수조 레이아웃을 바꾸거나, 새 여과재를 넣거나, 조명을 갑자기 밝게 바꾸는 행동은 피한다. 또한 산실망을 사용할 때는 먹이를 많이 주어 ‘기운을 차리게’ 하려는 실수를 자주 한다. 좁은 공간에서 과급여가 발생하면 수질이 빠르게 나빠지고, 그 스트레스가 출산 지연으로 연결된다. 필요한 것은 많은 조작이 아니라 안정이다. 온도, 산소, 은신처, 흡입구 보호만 지키고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가장 높은 성공률을 만든다.
요약 체크리스트: 출산 임박도 빠르게 판정하기
- 배가 사각으로 잡히고 하복부가 평평해 보인다.
- 수초/장식 뒤로 숨는 시간이 늘고 군영에서 분리된다.
- 물살 약한 곳에서 제자리 버팀이 잦아진다.
- 임신반점이 짙어지고 경계가 더 또렷해진다.
- 자세가 아래로 기울며 짧은 떨림·힘주기 동작이 보일 수 있다.
위 항목 중 3개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출산이 가깝다. 이때는 관찰보다 ‘환경 안정’이 우선이다.
FAQ: 자주 묻는 질문
Q. 사각 배인데도 며칠째 안 낳아요. 바로 격리해야 하나요?
A. 먼저 수온과 스트레스를 점검한다. 수컷 추격이 심하면 은신처를 늘리거나 수컷을 분리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격리는 ‘사각 배 + 행동 3종 세트’가 겹칠 때 조용히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Q. 메인 수조에서 낳게 두면 치어가 전부 잡아먹히나요?
A. 성어 수와 은신처 밀도에 따라 다르다. 부상수초 뿌리, 자바모스 같은 촘촘한 은신처가 충분하고 흡입구 보호가 되어 있으면 생존 치어가 꽤 남는다. 치어 확보가 목적이면 어미 분리 또는 치어 전용 수조가 더 확실하다.
Q. 출산 후 어미가 치어를 더 공격적으로 먹는 것 같아요.
A. 출산 직후 허기가 심하거나 스트레스가 누적된 경우가 많다. 치어를 지키려면 가능한 한 빨리 어미를 분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마무리: “조합 판단”이 정답
암컷 구피 출산 신호는 한 가지로 찍어 맞추는 게임이 아니다. 배가 사각으로 잡히고, 숨기·분리·제자리 버팀이 겹치며, 직전 자세 변화까지 더해지면 출산이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손대지 않는 것이다. 환경 변동을 줄이고, 은신처와 산소, 흡입구 보호만 제대로 준비해도 치어 생존률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 오늘 글의 체크리스트대로 관찰 루틴을 만들면 다음 출산부터는 훨씬 안정적으로 맞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