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어의 번식은 단순히 '알을 붙여주기' 이상의 섬세한 환경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 글은 산란을 성공적으로 유도하고, 알·부화·초기 치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실전 단계별 가이드입니다. 초보자도 따라할 수 있도록 장비·수치·일정·문제 해결까지 빠짐없이 정리했습니다.
1. 산란의 기본 원리 — 무엇이 물고기를 움직이는가?
물고기는 환경 신호(온도 변화, 물갈이·수질 변화, 광주기 변화), 먹이의 질(영양 상태), 스트레스 수준(안정성) 등에 반응해 산란 행동을 보입니다. 즉, 자연의 계절 신호를 안전하게 재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핵심 포인트
- 스트레스 최소화: 소음·잦은 관찰·강한 유속은 피합니다.
- 환경 신호 제공: 온도·수질·광주기·먹이 급이 변화로 '우기(비오는 계절)' 또는 '생식기 활성화' 신호를 제공합니다.
- 충분한 영양 공급: 고단백 먹이로 생식능력(난자·정자 품질)을 끌어올립니다.
2. 산란 유형별 요구 조건(간단 정리)
종에 따라 산란 방식이 달라 필요한 세팅도 달라집니다. 아래 분류를 참고해 대상 종에 맞는 세부 준비를 합니다.
산란 유형 | 대표종 | 필요한 준비 |
---|---|---|
알을 흩뿌리는 종 (Egg-scatter) | 네온테트라, 바브, 라스보라 | 미세한 식물(자바모스), 스폰지 필터, 약간의 물흐름 차단 |
기질 산란 (Substrate/cave spawner) | 시클리드류 일부, 구피(바닥에 붙이는 유형 아님) | 암석·동굴·스폰지/도자기 산란소, 안정된 바닥 |
버블네스트 (Bubble nester) | 베타, 일부 구라미 | 저유속, 표층에 떠있는 식물, 안정된 공기공급 |
마우스브루딩 (Moutbrooder) | 아프리카·남미 일부 시클리드 | 수질 안정·낮은 교란, 부모의 관리 보장 |
난태생 (Livebearer) | 구피, 플래티, 몰리 | 컨디셔닝(고단백 먹이), 은신처, 분리 가능 수조 |
3. 산란 전(컨디셔닝) — 2주 플랜(권장)
산란 전 10–14일은 '컨디셔닝' 기간입니다. 이 기간을 통해 생식능력을 끌어올리고 스트레스를 줄입니다.
컨디셔닝 체크리스트
- 고단백 먹이(냉동·생먹이: 브라인쉬림프, 다프니아, 붉은아귀 등) 하루 2~3회 소량으로 급여.
- 수질 안정: 암모니아/아질산 0ppm, 질산은 20ppm 이하 유지.
- 부분 물갈이: 30%씩 2~3일 간격 또는 매일 10~20% 소량 교체로 '우기' 신호를 모사.
- 온도: 대상 종의 상단 권장 온도로 소폭(1~2°C) 올리기(너무 급격히 올리지 않음).
- 빛: 광주기 12~14시간(종에 따라 조정).
4. 번식(스폰) 수조 세팅 — 세부 가이드
컨디셔닝이 완료되면 번식 전용 수조(스폰 수조)로 옮기거나 본 수조를 임시로 세팅 변경합니다.
기본 장비
- 수조 크기: 종에 따라 다르지만 초보자는 30~60cm(10~40L)급으로 시작.
- 히터: 정밀한 온도 유지(±0.5°C 가능)가 중요.
- 필터: 스폰지 필터 추천(약한 빨아들임, 알/치어 보호).
- 기질·식물: 자바모스, 스폰지·모자이크 매트, 떠있는 식물(수면 보호).
- 산란 기구: 스폰지/모(실뭉치), 도자기 산란지, 산란관(콘) 등.
수질·수치 권장 범위(종별 대표값)
- 테트라·소형 열대어(난생·산란류): 온도 24–28°C, pH 5.0–7.0, GH 0–6 dGH(연수)
- 난태생(구피·플래티): 온도 24–28°C, pH 7.0–8.0, GH 8–15 dGH(중~경수)
- 시클리드(아프리카·라군): 온도 24–28°C, pH 7.8–8.6, GH 높음(10–20 dGH)
- 베타·구라미(버블네스트): 온도 26–30°C, pH 6.0–7.5, 유속 매우 약함
5. 산란 자극(환경 신호) — 안전하게 따라하기
가장 흔한 인공 자극 방법은 아래 세 가지입니다. 급격한 변화는 피하고 반드시 점진적으로 시행하세요.
- 부분 물갈이(신선한 물 추가): 30–50% 물갈이를 통해 '우기' 신호를 주는 방법. 온도 차이를 1–2°C 범위로 맞추고 서서히 섞는다.
- 온도 변동: 보통 1–2°C의 낮은 폭(예: 26→24°C→원상)으로 변화시켜 산란을 유도. 일부 종은 온도 상승이 유도 신호가 되기도 함.
- 광주기 변화: 광주기를 12→14시간(또는 종에 맞춰)로 늘리거나, 아침에 서서히 점등하는 식으로 자연 일출·일몰 리듬을 모사.
실제 적용 예(안전하게)
- 컨디셔닝 마지막 주: 매일 20% 물갈이(신선수, 같은 온도 또는 ±1°C)
- 산란 48시간 전: 수온 0.5–1°C 상승(천천히)
- 산란 직전: 30% 물갈이로 깨끗하고 산소 풍부한 물로 교체
- 산란 후: 성어는 즉시 제거(알을 먹는 종일 경우)
6. 먹이와 급이 전략
컨디셔닝 기간(2주): 고단백·고지방 보충. 냉동 브라인·다프니아·모기 유충, 고단백 플랑크톤류. 상업용 씨앗형·펠릿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산란 직전·직후: 소량씩 자주. 과급이는 수질 악화의 지름길이므로 주의.
7. 알·부화 관리와 치어 초기 케어
알 관리
- 알을 보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부모와 분리'하거나 '부화 전용 수조'로 옮기는 것.
- 스폰지·모 등에 붙은 알은 스폰지 채취 후 별도 부화수조에 넣어 관리 가능.
- 알에 곰팡이가 생기면 (난생종) 저농도의 메틸렌블루 처치가 사용되나, 모든 종에 권장되지는 않음 — 사용 시 용법(수질·농도) 엄수.
부화 기간(대표값)
- 작은 테트라류: 24–72시간
- 시클리드류(종마다 다름): 3–10일(외부 부화) / 마우스브루더는 부모 입 안에서 7–21일
- 난태생의 경우 치어는 어미 뱃속에서 완성되어 태어나므로 따로 부화 과정 없음
치어 초기 먹이
- 부화 직후(0–3일): 인퓨소리아(미세생물) 또는 첫 먹이용 액상 사료
- 3–10일차: 아르테미아(브라인쉬림프) 새우 유생(먹이 크기 조절)
- 10일 이후: 미세 분쇄된 플레이크·소형 펠릿으로 단계적 전환
8. 흔한 문제와 해결법
- 문제: 성어가 알을 먹음 → 해결: 성어 즉시 분리 또는 번식격벽 사용.
- 문제: 알이 곰팡이로 부패 → 해결: 물갈이·에어레이션 강화, 저농도 메틸렌블루 고려(종에 따라 신중).
- 문제: 치어 폐사 → 해결: 수질(암모니아/아질산) 확인, 먹이 크기·빈도 조정, 1mm 이하 미세 먹이 제공.
- 문제: 산란 미실행 → 해결: 컨디셔닝 기간 연장, 먹이 종류 변경, 온도·물갈이 자극 조정.
9. 실전 3주 일정표(예시)
아래는 난생·난태생 공통으로 응용 가능한 예시 일정입니다. (Day 0 = 산란 목표일)
- Day -14 ~ -8: 컨디셔닝 시작(고단백 먹이, 매일 10–20% 물갈이)
- Day -7 ~ -3: 스폰 수조 준비(스폰지 필터, 산란기구 설치, 수질 조정)
- Day -2: 마지막 강한 물갈이(30%), 미세 온도 상승 0.5–1°C
- Day 0: 산란 유도(광주기 유지, 필요시 물갈이 추가), 산란 후 성어 분리
- Day 1 ~ Day 7: 알 관리(부화 대기), 소형 먹이 준비(인퓨소리아)
- Day 3 ~ Day 14: 치어 먹이 전환(브라인→분말→플레이크)
10. 체크리스트(복사해서 사용하세요)
- 스폰지 필터 준비: ○
- 히터 및 온도계: ○
- 산란기구(모/콘/도자기): ○
- 자바모스/떠있는 식물: ○
- 고단백 냉동·생먹이 확보: ○
- 수질 측정(암모니아·아질산·질산·pH·GH·KH): ○
- 부화용 소형 수조(또는 분리격벽): ○
마무리(요약)
산란 유도는 안정된 수질을 바탕으로 자연 신호를 안전하게 모사하는 것입니다. 급격한 변화는 오히려 실패를 부릅니다. 컨디셔닝(영양) → 스폰 수조 준비(기구·저유속·은신처) → 환경 신호(부분 물갈이·온도·광주기) → 산란 후 알·치어 케어의 흐름을 지키면 성공 확률이 크게 올라갑니다.